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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8, 2020

[신간] 타인에 대한 연민·조금 불편한 용서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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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에 대한 연민 = 마사 누스바움 지음. 임현경 옮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철학자들의 사상과 현대 심리학자들의 언어를 빌려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인 두려움을 분석한다.

미지의 생 앞에서 한없이 불안해진 개인이 어떻게 이를 타인에 대한 배제와 증오로 발산하고, 나아가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지 그 내면의 지도를 그려낸다.


미국의 인종차별,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무슬림 혐오 등 사례를 들어가며 두려움이 어떻게 시기와 분노라는 유독한 감정들로 번져 가는지,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어떻게 현대 민주주의를 좀먹어가는지 드러내 보인다.

그간 펴낸 '정치적 감정', '혐오와 수치심', '혐오에서 인류애로'의 연장선인 이 책에서 저자는 기존의 학자적 시선을 확장해 읽는 이들의 실제 행동을 독려하는 실천적 지식인의 면모도 비친다.

상투적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저자는 악한 행동을 비난하되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치에서의 희망은 혐오를 멈추는 것부터 시작된다. 넬슨 만델라와 마틴 루서 킹이 보여주었듯이 우리는 인종 차별주의자들을 악으로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인종 차별주의를 비난할 수 있다. 서로를 악으로 규정하는 한 밝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고 협력과 인류애를 가능하게 할 사랑도 갖지 못한다"고 썼다.

알에이치코리아. 296쪽. 1만6천800원.


▲ 조금 불편한 용서 = 스베냐 플라스러 지음, 장혜경 옮김.

독일 '철학 잡지'의 편집장이며 현대인들의 욕망과 탈진, 중독, 우울증 등에 관한 책과 기고문을 써온 저자가 용서의 본질을 사색한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유년 시절부터 용서가 무엇인지, 죄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온 저자는 '용서는 이해한다는 뜻일까', '용서는 사랑한다는 뜻일까', '용서는 망각한다는 뜻일까'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는 용서라는 이상적 개념을 현실적으로 냉철하게 분석하고 객관화하면서 용서의 철학적 족적을 추적하고 홀로코스트와 같은 반인류적 범죄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 나서는 등 복수의 영역에 용서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탐색한다.

용서가 가능한지, 아니면 불가능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저자는 두 명의 유대인 사상가 자크 데리다와 한나 아렌트를 인용한다.

그는 용서할 수 있는 것과 용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 철저하게 합리성의 경계 안에 머무른 아렌트보다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진정한 용서'라는 데리다에게서 해답을 찾는다.

저자는 "진정한 의미의 용서는 무조건적이며, 따라서 모든 합리성, 모든 이해 가능성의 저 너머에서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용서의 왕도는 없으며 각자 자신만의 용서 방법이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떠한 용서도 절대 최종적일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그가 보기에 용서란 얼마나 오랫동안 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다시 말해 용서는 시간과 함께 완성되는 것이며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는지 항상 다시 새롭게 배우는 것이 용서로 인해 고통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이 져야 할 무거운 짐이다.

나무생각. 248쪽. 1만4천800원.


▲ =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더 많이, 빨리 소비하는 생활이 만들어낸 심각한 문제들과 함께 더 안전해고 편리해진 삶, 나아가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성 과학자의 삶을 담은 베스트셀러 '랩 걸'로 유명한 지구물리학자이자 작가다.

지구의 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한 주요 소재로 저자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삶이다. 미국 중부 평원지대인 고향의 옥수수밭에서 놀았던 기억과 도축장에서 일했던 마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서 인간이 곡물과 고기를 통해 자연과 삶을 조직해온 방식을 기술한다.

저자는 나아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통계를 들어 자신이 살아온 지난 50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중심으로 지구 생태계의 변화를 살펴본다.

예를 들어 대서양 연어 생산량은 1970년대 연간 1만3천t 정도였지만 오늘날에는 300만t에 이른다. 그만큼 풍요로워졌지만, 연어 1㎏을 얻으려면 연어 먹이 3㎏이 필요하고 연어 먹이 1㎏을 얻으려면 물고기 5㎏을 갈아서 사료로 공급해야 한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누리는 풍요의 이면에 감춰진 현실, 즉 불평등과 자원 고갈, 넘쳐나는 쓰레기, 그리고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문제로 여겨지는 기후변화 등을 조명한다.

저자는 우리가 누려왔던 것들과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우리 자신이라는 자원으로 생태 위기를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부록에 우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생태계를 고려하며 살도록 돕는 조언을 실었다.

김영사. 276쪽. 1만5천5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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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9, 2020 at 10:3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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