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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22, 2020

“내가 원조인데…” 상호·메뉴명을 타인이 상표 등록했다면? - 한겨레

saoskalo.blogspot.com
덮죽·감자빵 논란으로 본 ‘지식재산권’

제3자가 상호·메뉴명 무단 출원하면
이의신청·무효심판 청구 할 수 있어

법에선 소상공인의 ‘선사용권’ 인정
타인이 등록 했어도 계속 영업 가능
“사업 구상때부터 출원하는 게 최선”

조리법은 저작권법으로 보호 안 돼
독창성 인정되는 경우 특허로 등록
살짝만 변형해도 특허침해로 안 봐
식품업계 모방제품 쏟아지는 이유

그래픽_고윤결
그래픽_고윤결
“저는 다른 지역에 덮죽집을 열지 않았습니다. 뺏어가지 말아주세요, 제발” 최근 포항의 한 식당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이 식당이 <에스비에스>(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유사한 메뉴를 판매하는 ‘덮죽덮죽’이라는 이름의 가맹 사업이 등장해서다. 논란이 커지자 ‘덮죽덮죽’을 내놓은 올카인드코퍼레이션은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 춘천의 한 빵집은 파리바게뜨가 최근 출시한 ‘감자빵’이 자사 상품과 비슷하다며 표절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중국법인이 2018년에 이미 유사한 감자빵 ‘미스터 포테이토’를 판매했고,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많아 춘천 빵집과 파리바게뜨 감자빵 모두 일종의 아류작으로 봐야 한다는 게 식품업계 설명이다. 파리바게뜨 사업을 하는 에스피시(SPC) 쪽은 “감자빵이 특정 업체의 전유물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해당 업체의 입장을 존중해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덮죽’같은 조리법은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식품업계에는 왜 ‘감자빵’같은 아류작이 쏟아질까? ‘덮죽덮죽’과 ‘감자빵’ 논란을 계기로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궁금증에 대해 정리해봤다. ■ 조리법, 저작물이나 특허로 등록할 수 있을까? 조리법을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는 어렵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는데, 조리법은 일종의 아이디어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조리법을 담은 책 등은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기존에 없던 음식을 개발했거나 알려진 음식이라도 새로운 조리법으로 독창성이 인정되는 경우 특허를 받을 수는 있다. 기존과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특허가 등록된 대표적인 사례는 빵 대신 쌀을 이용한 김치 라이스 버거 조리법이다. 나물의 색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곤드레나물 컵밥 조리법, 굳지 않는 떡 조리법 등은 기존에 알려진 음식이지만 조리법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특허로 등록된 사례다. 특허청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약 4200건의 식품 관련 특허가 출원되고 있다. 식품 관련 특허출원에는 식품장치, 식품 조성물, 조리법에 관한 출원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음식 조리법과 관련된 특허출원은 연평균 1천여건이다. 조리법 특허 등록 건수는 2016년 287건, 2017년 396건, 2018년 394건, 2019년 237건이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136건이 등록됐다.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조리법 관련 출원인은 개인이 60.5%로 가장 높았고 중소기업이 25.9%, 대학과 공공기관이 9.8%로 뒤를 이었다. 다출원 출원인으로는 농촌진흥청, 한국식품연구원, 씨제이(CJ)제일제당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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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보호받기는 어려울 수도” 특허로 등록된 조리법이라도 약간 변형해 사용하면 특허 침해가 아니기 때문에 모방하는 사례가 많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의 모양이나 맛은 비교적 모방하기가 쉬운 편이고, 모방 제품을 기존 제품보다 저가에 내놓으면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로나’와 ‘메로메로’처럼 식품업계에 유사한 상품이 쏟아지는 이유다. 김지환 변리사(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는 “조리법의 경우 재료의 양 등을 변형해서 사용하면 특허 침해를 주장하기 어렵다”며 “결국 조리법만 공개하는 꼴이 될 수도 있어 홍보 효과는 누리면서 조리법은 알리지 않기 위해 발명자가 실제 조리법과 약간 다르게 특허를 출원하는 편법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허로 등록되면 조리법이 공개되기 때문에 일부러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비밀유지계약서 등을 통해 조리법을 지키기도 한다. 코카콜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코카콜라는 성분과 배합 비율 등 제조법을 특허로 출원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관리한다. 제조법이 적힌 문서도 은행 금고 등을 거쳐 현재는 코카콜라 박물관에 보관할 정도다. ■ 다른 사람이 먼저 상표를 출원했다면? 상호나 메뉴 이름 등은 상표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먼저 출원한 사람이 상표를 등록할 수 있다. 이 점을 악용해 상표권 브로커 등이 상표권을 가로채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이비에스>(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 상표권을 제3자가 먼저 출원해 이비에스가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은 바 있다. 현행 상표법을 보면 특정인의 출처표시로 인식된 상표를 다른 사람이 먼저 출원해도 상표법의 ‘수요자 기만’이나 ‘부정목적 출원’ 등에 의해 등록받지 못할 수 있다.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상호 등을 제3자가 무단으로 출원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상표가 등록되기 전에는 정보제공 및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상표 등록 후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또 상표법에서 ‘소상공인 등을 위한 성명·상호 등의 선사용권’을 인정하고 있어 타인이 먼저 소상공인이 사용하고 있는 상호 등을 상표등록 받아도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다면 심판청구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영업에 사용할 수 있다. 성명·상호·메뉴명 등이 자신의 영업에 관해 출처표시로 인식될 정도로 알려졌다면 상표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 법원에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특허청 행정조사를 통한 구제가 가능하다. 문삼섭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이러한 방식은 소극적인 보호에 그칠 수 있어 사업 구상 단계부터 미리 상표를 출원해 등록을 받아둬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상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전복밥 맛집 사장님 “특허 출원 상담 지원받았어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서 무료상담
특허청 산하 기관들서 각종 지원도 부산 남구에서 1년째 전복밥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강춘자(47)씨는 지난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특허 컨설팅 상담을 받은 뒤, 식당 상호를 상표로 출원했다. 냉동전복밥과 양파소스에 대해서도 조만간 특허를 출원할 요량이다. 강씨는 “소상공인의 아이디어를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을 보고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지식재산권(지재권)에 관심 갖는 소상공인은 많지 않다. 강씨는 예외에 속한다. 안희중 변리사(안진국제특허법률사무소)는 “소상공인은 지재권을 잘 모르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표 출원 비용은 보통 70만원 정도 든다. 이 비용이 부담스러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소상공인도 적잖다”라고 밝혔다. 상표 출원 여부 등을 잘 모른다면 소상공인에게 무료로 지재권 관련 상담을 해주는 기관부터 찾아가 보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소상공인 역량강화사업’의 하나로 지재권 관련 컨설팅을 지원해준다. 상표로 출원할 수 있는 상호를 정하는 것부터 다른 사람이 이미 등록한 상표와 유사한 상호를 사용한 탓에, 상표권 침해 금지 경고를 받았을 때 대응 방법 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특허청 산하의 한국발명진흥회가 관리하는 전국 27곳의 지역지식재산센터에서도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식재산 창출과 사업화 촉진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허청 산하의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운영하는 공익변리사 특허상담센터는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의 산업재산권 관련 상담, 서류작성 지원, 심판·심결 취소소송 대리 지원 등을 한다. 지난해 센터 전체 상담 1만1256건 중 3910건이 분쟁 관련 상담이었다. 김성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원장은 “개인사업자·소기업 등은 분쟁에 휘말렸을 때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고 심판·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특허·상표 등 관련 분쟁 시 심판 및 심결 취소소송을 무료로 대리해주는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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