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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ly 2, 2020

故구하라 폭행 前남친 2심 실형…오빠 “억울함 조금이나마 해소”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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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고(故) 구하라 씨를 생전에 폭행하고 사생활 동영상으로 협박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 남자친구 최모 씨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가수 고(故) 구하라 씨를 생전에 폭행하고 사생활 동영상으로 협박한 혐의를 받는 전 남자친구 최모 씨(29)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서 김재영 송혜영 조중래)는 2일 상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도망이 염려된다”며 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집행하도록 했다.

최 씨는 2018년 9월 구 씨를 때려 경추와 요추에 상해를 입히고, 구 씨에게 사생활 동영상을 보내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구 씨에게 전 소속사 대표 양 모씨와 지인 라 모씨를 데려와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강요)한 혐의도 있다.


또 최 씨는 구 씨 동의 없이 사진을 촬영한 성폭력처벌법(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위반 혐의도 받는다. 구 씨의 집 문짝을 파손한 혐의(재물손괴)도 적용됐다. 최 씨는 재물손괴 외의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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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성관계는 사생활 중에서 가장 내밀한 영역으로, 이를 촬영한 영상을 유포한다고 협박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유명 연예인으로,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될 때 예상되는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할 것임을 인식하고 오히려 그 점을 악용해 언론 등을 통해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라고 지적했다.다만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최 씨가 동의 없이 구 씨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 씨, 1심 후에 당당히 파티…많이 분노”

구하라 씨의 오빠인 구호인 씨가 지난 5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구하라법’은 부양의무를 제대로 못한 부모나 자식을 상대로 재산상속을 막는 법이다. 이번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오르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뉴스1

앞서 1심은 최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언론에 성관계 동영상을 제보해 연예인 생명을 끊겠다고 협박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카메라 촬영 혐의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구 씨의 오빠는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심에서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항소심 공판에서 “동생이 1심 판결에 너무 억울해하고 분하게 생각했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라며 “n번방 사건도 협박 때문에 일이 커졌다. 여성 입장에서는 평생 씻지 못할 트라우마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생과 1심 판결문을 같이 읽었다. 최 씨가 초범이고 반성했다는데, 최 씨가 지인들을 불러서 (미용실 오픈) 파티를 당당하게 해 동생이 많이 분노했다. 반성하는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불법촬영 혐의 또 무죄? 원통하고 억울”

고 구하라 씨의 친오빠 구호인 씨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모 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향하고 있다. 뉴스1

항소심 선고 후에도 구 씨의 오빠는 “불법촬영 혐의가 무죄가 선고된 점, 1년의 실형이 선고된 점은 가족들로서 참으로 원통하고 억울하다”며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사진촬영 소리를 듣고도 제지하지 않고, 카메라 위치를 알고도 삭제하지 않았단 점 등을 근거로 동생 의사에 반해 판시했다. 이런 재판부 태도는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할 법원이 피의자에 관대한 상황이라, 저희 가족으로선 불법촬영 혐의 및 양형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실형 판결을 통해 저희 가족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겠다는 점에서 작은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과 저는 사이가 애틋하다 보니 만나면 서로를 안아줬다. 그 장면들이 머리 속에 생각난다. 동생이 너무 보고 싶고,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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