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불안심리 형성…온라인 사이트·강좌·동호회"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하면 원가 올라 집값 상승"
"주담대로 이미 지은 집 사고 팔다가 집값 거품"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후임으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하자 곧바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지난 8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을 비교하면 이 정부가 가장 낫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상중하 중) '중상' 이상은 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변 내정자는 김 장관보다 더할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주택가격 상승 원인은 불안심리"
변 내정자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 발간하는 잡지 '도시문제' 2018년 12월호에 기고한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려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상승하는 원인을 "온라인 사이트나 각종 강좌, 동호회"에 돌렸다. 통상 '부동산 커뮤니티'로 부르는 모임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두 정부 모두 부동산에 대한 규제완화 이후 주택가격이 상승할 시점에 출범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주택가격 안정 정책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때 주로 부동산을 움직인 주체들이 부동산중개업자나 복부인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수십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온라인 사이트나 각종 강좌, 동호회 등이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거래를 촉진하고 부동산 가격을 띄우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변 내정자는 "주택을 공급하기만 하면 시장의 수급원리에 따라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리라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술저널 '황해문화' 2019년 3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한 말이다.
이 글에서 그는 "공급이 확대되더라도 비싼 가격으로 공급되거나, 공급된 주택이 주택 보유자의 투기적 수요를 충족하는 데 활용된다면 주택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수 없다"며 "대표적 예가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라고 했다. "규제완화조치가 발표되는 순간 재정비사업 대상이 되는 주택가격이 급등하면, 그 결과 원가가 급등해 공급이 확대되더라도 오히려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는 논리다. "고가 신규 분양주택이 주변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사례를 수도 없이 확인하고 있다"고도 했다.
변 내정자는 '주택을 공급하면서도 주택 가격을 올리지 않는' 방법으로 '공공자가주택'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공공분양주택이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되는 경우 개발이익을 사유화하기보다 공공이 적극 화수하거나 다양한 조건을 부과해 공공성 유지를 유도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시카고에서 토지신탁을 통해 공급된 주택은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게만 매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 내정자는 이석희 세종대 교수와 공동 저자로 2019년 4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학회지 '국토계획'에 게재한 '토지공개념 논의와 정책 설계 - 개발이익 공유화 관점에서'라는 논문에서 양도소득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이 논문에서 변 내정자는 "시장과 학계에서 오랫동안 부동산 조세 원칙을 고려해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양도소득세를 거래세를 보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낮은 세율을 적용해 한다는 주장도 수시로 제기돼 왔다"고 했다. 이어 "양도소득세는 불로소득세를 환수하기 위해 부과하는 소득세"라며 앞서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노동이나 자본을 투입해 창출하는 다른 소득에 비해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분명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불로소득 자체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비업무용 토지 소유자·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중과 원칙을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각종 감면 조항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변 내정자는 이 논문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켰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대부분이 이미 지은 집들을 여러 가계들이 서로 사고 팔게 하는 데 쓰인다"며 "결국 신용과 돈이 창조돼 기존의 집과 땅으로 흘러 들어가 집값은 오르고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온다. 전형적인 집값 거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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