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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ugust 28, 2020

[데스크 칼럼] 집값 오름폭 조금 줄었다고 벌써 희망회로 돌려도 될까 - 조선비즈

saoskalo.blogspot.com
입력 2020.08.29 06:00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나요?"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기자라는 것을 아는 지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답을 하기가 참 곤란하다. 너무 올랐으니 사지 말라는 말을 했다가 집값이 더 오르면 어쩔 것인가. 지금이라도 사는 게 좋겠다고 했다가 집값이 내리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욕만 들을 가능성이 크니 그저 무리하지는 말라고 하는 게 최선이다.

사실 답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나도 모른다는 데 있다. 많이 오른 것 같은데 계속 더 오른 게 지난 3년이다. 그럼 앞으로는 내릴까. 역시 모른다. 주택 가격은 거시경제 여건에 수요와 공급, 부동산 정책,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까지 너무나도 많은 요소가 제각각 작동해 정해진 결과물이다. 변화가 역동적이고, 과거의 움직임이 앞으로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더구나 묻는 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대답을 하는 데 걸림돌이다. 흔히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자신이 투자는 하지 않는 실수요자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전 재산을 쏟아붓고 빚까지 내서 집 한 채를 사는데 집값이 얼마나 오를 곳인지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심지어 여력이 있음에도 무주택 상태를 이어가려는 사람 역시 사실은 적극적인 투자자다. 집값이 더 내리기를 기대하는 것이 바로 주식을 공매도하는 것과 똑같은 행동이다.

결국 오를지 내릴지도 불확실한데다 맘 편하게 살기를 더 원하는지, 많이 벌기를 더 원하는지도 모르는데 제삼자가 조언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형제자매간에도 부동산 훈수는 조심해야 할 텐데, 요즘 여기저기서 또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해 놀라울 뿐이다. 더구나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부와 여당 사람들이 앞장서서 그러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법인 등이 내놓은 것을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산다는 뜻)해서 샀다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집값이 고점에 와있다는 판단과 함께 무지한 젊은이들이 비싸게 샀다고 평가한 느낌이다. 여당의 전략기획위원장(진성준 의원)은 조금 더 과감하다. 8월말 9월초면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시기까지 콕 집더니, 지난 28일에는 "지금 비싼 값을 주고 아파트를 장만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까지 했다. 이분이 이 정도로 정통한 부동산 전문가였는지 미처 몰랐다.

물론 집값이 조만간 진짜 내리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너무 오른 집값이 어느 정도 조정돼야 한다는 데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주거에 너무 많은 돈이 투입되면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어렵다. 하지만 "곧 내릴 것이니 기다리라"는 말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 내버려둘 수가 없다. 3년 동안 무수히 많은 정책을 내고도 한 번도 집값을 잡지 못한 당정이 또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인디언 기우제처럼 집값이 내릴 때까지 내릴 것이라는 말을 계속 쏟아내는 것은 그들의 자유일지 모른다. 하지만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게 문제다. 지금 젊은 층의 ‘패닉 바잉(공포에 질려 매수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이다. 내릴 것이니 기다리라는 말을 믿고 따르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한 번에 쏟아진 결과가 패닉 바잉이다. 그야말로 대표적인 부작용임을 왜 모르는가.

지금은 자신감은 숨기고 훈수는 자제할 때다. 본격적인 하락 전환의 증거는 아직 없다. 이럴 때일수록 말은 줄이고 행동은 늘리는 것이 상책이다.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약속한 일정보다 늦게 개통할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3기 신도시 역시 비슷한 처지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어떻게든 발로 뛰어서 깔리는 철도와 올라가는 골조를 수요자의 눈에 재빨리 보여줘야 사람들은 정부를 진짜 믿기 시작할 것이다. 믿고 기다리는 사람이 늘어야 과열된 수요가 진정될 수 있다.

덧붙이자면 보수언론이 집값이 크게 오르기를 바라면서 선동을 한다고 공세를 시작한 모양인데, 정말 큰 착각이다. 보수는 안정 속에 변화를 추구한다. 더구나 이 정부가 적폐로 지목하는 다주택자는 정권 핵심부에 더 많지 않았던가. 투기로 의심되는 사례도 제법 많았는데, 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인터넷에서 흑석 선생과 목포 선생을 검색해보기 바란다. 낯익은 얼굴이 많이 보일 것이다.

투기꾼 탓을 하다 이전 정권 탓으로 돌리더니 이제는 언론마저 탓하는 것은 적어도 3년 동안 실패만 거듭한 사람들의 변명으로 너무 구차한 것 같다. 속상한 국민이 그렇게 많은데 그냥 미안하다며 아픈 곳을 보듬고 신발끈을 조여매면 안되는 것일까. 하긴 아직도 정부에 정상적인 대응을 기대하는 내가 과욕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야말로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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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9,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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